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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일기] 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기 (코숏/여아/7개월/발정O) 본문

경단 집사 일기

[육묘일기] 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기 (코숏/여아/7개월/발정O)

경단이네 2025. 3. 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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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 수술 D-day


오전 10시 12분.. 연락 없이 10분이 지나서 예약이 취소 됐다고 한다..
일단 늦은 내 잘못 인정, 늦는다고 미리 연락 못한 것도 인정..
의사는 저너머로 경단이 안된다고 해요! 소리치니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이 병원 아니었다면 더 빨리 경단이도 나도 고생 안 하고 끝날 일이었는데..


고양이 전문이 아닌 동물병원에서 한 달 버림..


수술 당일은 내 잘못이지만 그동안의 불편한 감정들이 쌓여서 왜인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한번 토로해보고자 지금까지 이 B병원과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봤다.
(수술 후기는 아래로 skip..)

<처음엔 2/14이라더니>
처음에 이 B병원 문의했을 때는 접종일 2주 뒤인 2/14부터 중성화 가능다고 했었다.
2차 접종한 A병원에서 경단이가 충분히 컸으니 접종은 여기서 끝내자고 한 날 기준,
A병원이 중성화 수술은 안 하신다고 해서 다른 병원인 B병원에 문의하게 된 것이다.

<2/17, B병원에 처음 간 날>
B병원에선 접종을 2차까지만 하고 마치는 게 어디 있냐고 한다.
아직 어려 보이니 3차까지 다 맞히고 중성화는 다음 달에나 천천~히 하자고 한다.
그런데 2차 맞고 나서 간격이 좁아서 3차는 못 맞으니 며칠 뒤에 한 번 더 오라 한다.
결국 이 날은 심장사상충만 추가로 접종했다.

<2/22, 설사 치료?로 연기>
며칠 뒤 B병원에 다시 3차를 맞으러 갔다.
구두로 건강 상태 체크하던 중, 진똥을 눈다고 했더니 접종주사를 못 맞는다고 한다.
(병 있을 때 맞는 건 오히려 안 좋다고 하니 이건 맞지, 다 틀렸던 건 아니다.)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똥꼬 찔러서 현미경 염색 검사 했지만 기생충이나 알은 안 보였다.
그래도 일단 약을 처방 받았고 약 먹고도 안 나으면 분변검사를 더 하자고 했다.

지어온 알약을 며칠 힘들게 먹여도 똥 형체가 점점 더 없어져서 이상했다.
좀 무른 똥이지 설사 수준은 아니었는데 점차 한 덩어리의 질퍽이가 됨..
억지로 먹이다 경단이랑 사이 나빠질 거 같아서 약 끊고, 그냥 인트라젠 유산균 사다 먹이니 금방 똥이 굳어졌다;

<2/28, A병원에서 결국 3차 접종>
설사 일로 B병원이 조금 믿음이 안 가는 구석이 있어서, 원래 2차 놔주셨던 A병원으로 3차를 맞으러 갔다.
중성화 하려는 곳에서 3차까지 맞고 오라셔서 다시 왔다고 하니,
“2차로 끝내도 되는 건데.. 그 B병원더러 뭣도 모른다고 말할 수도 없고 참..” 하신다.
처음엔 2차 맞고도 바로 수술해주는 다른 병원을 찾으라고도 하셨지만 (이때 말 들을걸)
그래도 3차를 맞았을 때의 문제가 딱히 있는 건 아니어서 놔주셨다.. (중성화만 미뤄질 뿐)

<3/5, 달이 넘어가고도 수술은 미정>
링웜 의심했던 상처를 발견한 날, 중성화 얘기도 할 겸 아예 B병원으로 갔다.
3차까지 다른 데서 다 맞히고 왔다고 했는데 수술 날짜는 안 잡아줬다.
생각지도 않게 이날 귀 치료만 추가로 했다. 살아있는 벌레와 알은 못봤지만

99%의 확신으로 뭔가 있었을 거 같다고 하니 필요한 처치이긴 했을 거라 믿는다..

<3/10, 귀 걸고 수술 날짜 받기>
B병원에 전화 해서 링웜 아니라는 배양검사 결과를 들었고, 귀 상태를 보러 또 내원하라고 한다.
그럼 중성화 수술 잡아주시면 그날 귀도 보겠다고 하니, 가장 빠르게 가능한 날이 3/21이란다.
2/14부터 가능했는데 이 과정을 겪느라 이미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더 지났다..

<3/12, 결국... 발정...>
결국 발정이 와버렸다..... 
유선종양 등 첫 발정 전에 수술 시켜주면 막을 수 있는 병들이 있대서 그전에 해주고 싶었던 건데..
B병원에 전화해서 발정 와버렸다고 수술 당길 수 없냐 물어보니 빨라야 3/19에나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수술 날짜 기다리는 일주일이 너무 힘들었다.
경단이도 아파서 뒹굴뒹굴, 여기저기 서성이면서 애타게 메이팅콜 쩌렁쩌렁..
나는 밤이면 한쪽 손에 장난감 쥐고 항상 대기, 한 시간마다 깨서 제대로 잔 날이 없다..

<3/19, 학수고대한 수술날>
전날 밤 9시부터 금식까지 시키니 경단이 울음 대폭발해서 진짜 쌩으로 날밤을 샜다.
그렇게 대망의 수술날 아침, 지각을 해서 노쇼 처리가 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예약을 하라는데 3/31이 제일 빠르다고 한다..

또 다다음주라니요, 처음엔  2/14면 된다던 게 어떻게 3/31까지 가나요..

이미 발정 와버린 상태로 수술 기다리며 보낸 일주일로도 진은 다 빠졌고,
한번 오면 점점 빠르게 자주 온다고 해서 이 생활을 2주나 더 하긴 너무 힘들고..
애기가 이미 힘들게 12시간 금식을 하고 왔는데 그때 또 다시 시키라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는 생각은 있는건가 싶었다. 


서럽지만 내 잘못이기도 하니 정신 차리고, 거리가 조금 있어서 저장만 해두었던 C병원에 전화를 했다.
수술은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하길래 사실 오늘 펑크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이미 금식이 되어 있는 거면 당일에 바로 해주신다고 했다..! 진짜 구세주 같았다.
금식을 몇 시간 더 해야 해서 애기가 힘들겠지만 오후로 바로 예약을 잡아주셨다.

이럴거면 그 B병원 하자는 대로 맘고생 몸고생 다 하면서 한 달 넘게 안 기다렸지..
발정 오기 전에도 할 수 있었고, 발정 오고 나서도 더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B병원에서 그동안의 기억과 수술 펑크 당일 대응이 너무 별로다..


고양이 전문 병원으로 가야 하는 이유

C병원은 전화를 받으실 때부터 “고양이 병원입니다” 하신다.
진작 고양이 전문 병원으로 갈걸, 수술 설명할 때 원장님 말씀하시는 것도 비교된다.

1. 정확한 진단, 빠른 판단

우선 경단이는 몸집이 좀 작은 편이다.
임보처에서 우리집 올 때 4~5개월 추정이었고 지금은 10주 정도 지났으니 7~8개월 정도이다.
보통은 송곳니 이갈이 하는 6개월 쯤이면 3kg대 들어서나 본데,
경단이는 한 달 전에 송곳니 다 빠졌으니 7개월 정도 추정은 맞지만 몸무게가 아직 2kg 중반대다.

그러나 문제의 B병원추정 연령부터가 잘못 된 거 같다고..ㅋ
아니 임보처에서 구조 당시 갔던 병원에서도 의사 선생님이 보고 내린 소견일 텐데,
내가 간 A병원 선생님도 그 연령 대로 감안하고 3차는 패스 하자고 하실 만큼 보이는 정도고.

B병원만 자기 보기에 작다고 어리다고 천천히 하자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아무리 7개월보다 더 어리다 해도 4개월 미만이랴, 발정은 올 수 있는 나이고
체중이든 접종 상태든 중성화가 불가능한 컨디션은 아니었는데 판단 미스 아니냐고요.

역시 고양이 전문인 C병원 선생님은 보시더니 아이가 작다며,
아마 4개월령부터 미미하게 발정이 오기 시작했을 거고 그 영향으로 기력이 딸려서
잘 먹는 거 같아 보여도 여직 체구가 작은 거 같다고 의견을 주셨다. 너무 분석적이어서 감동..
첫 고양이라서 모르셨던 거면 중성화는 다음부터 더 일찍 시켜주셔라 당부도 해주셨다.
저도 빨리 해주고 싶었지만 B병원 때문에 늦어졌단 얘기는 말하자면 너무 길어 굳이 하지 않았다..

2. 정직하고 명확한 비용

B병원이 항상 과잉 진료 하는 게 아닌지 찝찝했던 이유
위 기록에도 있지만 갈 때마다 방문 목적과 다른 검사+치료를 진행했고,
안내 받지 않은 비용을 십몇만원씩 수납처에 가서야 들으니 여러번 놀랐었다.
귀치료는 필요했던 걸 한 거라 쳐도, 설사 약을 먹일수록 설사가 심해진 건 믿음이 안 갔다.

C병원은 수술 전 상담 때 며칠 먹여야 하는 항생제 대신 2주 지속되는 주사가 있대서 변경 요청드렸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원장님이 추가 비용 안내까지 해주셨다.
심지어 수납할 때 보니 무게가 적어 약물을 덜 썼다며 안내했던 비용보다 적게 받으셨다. 너무나 양심적..
수술 전에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갑자기 초음파 검사까지 추가로 하게 됐지만 그 비용도 받지 않으셨다.
초보 집사라며 이런 저런 조언들 많이 해주시고, 그렇다고 덤탱이는 씌우지 않는 정직함

결론 : 고양이는 처음부터 고양이 전문 병원으로 잘 선택하자!ㅠㅠ


▲고양이 전문 C병원

중성화 수술 후기

오후 4시, 이번엔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잘 도착했다.ㅎㅎ
수술 동의서도 받고 피검사도 정상이라 시작하겠다고 처치실 들어가셨는데,
아기 배가 왜이렇게 빵빵 하냐면서 다시 나오셨다.
임신 가능성도 물어보시고, 혹시 복수가 찬 거라면 수술 못하니 곧바로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 하셨다.
기다리는 찰나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수술 시작하셨다고 안내 받고 안심~

2시간 뒤, 6시에 경단이를 데리러 갔다.
마취 기운 때문인지 며칠 내내 환청 들릴 만큼 울어대던 경단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찍소리를 안 냈다.
집에 와서 꺼내주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비틀비틀 넘어진다.
그래서 높은 곳을 못 올라가게 하라고 하셨구나, 캣타워도 못 갈만한 곳으로 치워뒀다.

초음파를 먼저 해서 그런 건가? 옆구리까지 생각보다 털이 굉장히 많이 밀려 있었다.
덕분에 드러난 말랑 뱃살 너무 귀여워! 감촉도 뭔가 하찮다 허멀허멀~

옆에서 보면 충격적이다. 내 고양이 빵빵배 사라짐;;
테이프가 붙어 있어서 넥카라나 환묘복은 안 해도 괜찮다고 하신다.
못 보는 동안 혹시 뜯을까봐 걱정되면 둘 중 하나 해주면 된다고.

나는 혹시몰라병이 있으니 레깅스를 잘라 환묘복을 만들어 입혔다.
블로그 찾아 보면서 냥체공학적으로 오렸더니 딱 맞게 들어갔다.

처음 입혔을 때 고장나서 뒷다리 벌리고 뚱땅뚱땅 걷는 거 진짜 귀여웠는데 못찍어서 아쉽다.

아침부터 너무 속상한 노쇼 사건이 있었지만,
오히려 잘 풀려서 더 믿음이 가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됐다.
이제 잘 회복할 일만 남았다.
경단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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